방글라데시 현지 코디네이터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
“아무리 힘들어도 절 신뢰하는 현지 지역 파트너들이 있기에,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함박 웃음을 지으며 받아주는 주민들이 있기에, 아무리 처참한 상황에서도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보며 이들의 미래 만큼은 지금과 달라야한다는 믿음이 있기에 아마 저는 아직도 필드에 있는 것 같습니다”
– 옥스팜 방글라데시 사무소, 현금지급프로그램 코디네이터 (Cash Transfer Coordinator), 이은정
옥스팜 방글라데시 구호현장에서 현금지원프로그램 전문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한국인 이은정씨. 인터뷰를 통해 이은정씨와 옥스팜 현장에대해 듣고, 현지 옥스팜의 특징과 장점에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아래의 인터뷰를 통해 현장에서의 그녀의 활동과 옥스팜 직원으로 일하는 보람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1. 옥스팜 방글라데시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요?
방글라데시는 세계에서 8번째로 인구밀집도가 높아, 어떠한 재해에도 수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하는데요, 지역정부는 물론 중앙정부의 힘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때가 많죠. 특히 아열대지역이라 몬순으로 인한 홍수피해가 빈번하고, 대규모 태풍도 잦을 뿐더러,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남쪽은 난민문제까지 겹쳐 방글라데시는 갖가지 인도주의적 문제를 겪고 있답니다.
저는 현재 현금지급프로그램(Cash Transfer Programme, CTP) 코디네이터인데요, 재해가 발생하면 피해규모를 신속히 파악해 수혜 커뮤니티를 선별하고 구호분야와 내용 우선순위를 결정합니다. 식량, 생계보조, 식수, 위생, 주거지 수리(Food, Livelihood, Water, Hygiene, Sanitation, Shelter) 분야의 내용을 수혜지역 경제 수준과 시장가치를 반영해 현금으로 전환해, 이를 현금, 모바일캐쉬, 은행계좌, 카드를 통해 단계별로 전달합니다. 또한 꾸준한 모니터링를 실시하는데요, OXFAM의 수혜자들이 현금을 사용하는데 불편은 없었는지, 무엇에 사용했는지, 현금의 유입으로 인한 비수혜 커뮤니티와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평가합니다.
2. 구체적으로 현금지급프로그램 코디네이터 (Cash Transfer Programming Technical Coordinator)는 어떤 업무를 담당하나요?
현금지원프로그램(이하 CTP)은 2005년 쓰나미 구호 때 처음으로 도입되어, 그 후 아이티,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중동지역 등 대부분의 분쟁지역과 재난구조에서 전통적 물자 전달방식을 빠르게 대체해오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국제 인도주의사회가 오랜시간 고민한 결과랍니다. 수십년 간 긴급구호로 많은 비용이 투입되었지만, 그 효과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요, 획일적인 구호품 전달은 수혜 가족들이 필요로하는 다양한 필요를 맞추기에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구호물자 전달이라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물류과정을 통한 것으로, 비용은 물론 획일적인 시스템으로 인한 시간과 인력 낭비가 큰 문제였습니다. 이에대해 현금 지급은 돌파구라고 할 수 있죠. 어떤 재해시에도 사람들의 사고파는 생계 유지의 노력으로 인해 시장은 빠르게 복구됩니다.
시장에 수혜자들이 필요로하는 물품과 서비스가 구비되어 있는지,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안전한지, 인플레이션의 정도를 조사한 후 투입되는 현금지급프로그램(Cash Programme)은 구호기관의 관점이 아닌 수혜자 중심의 구호방식입니다.
또 일방적으로 구호물자를 실어와 지역경제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예전 방식과는 달리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시키는 효과도 도모한답니다. OXFAM의 경우 대부분의 현금지급 수혜자는 여성으로서 소외된 여성들의 경제권과 자율권을 조성하는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죠.
CTP가 새로운 분야여서 이해가 부족해 현금(Cash)전달에서 구호가 끝난다고 여겨지기 십상인데요, Cash는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므로, 다양한 기구들의 CTP를 통합•관리해서 수혜자들의 혼란과 경쟁을 막는 일이 필요하답니다. 이에 Cash Working Group(CWG)의 코디네이터로서 인도주의사회를 대표해 현금과 시장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다 효과적인 현금지급 프로그램을 도입합니다.
3. 선생님의 현장 활동으로 변화된 현지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예를들어 이야기해 주시기 부탁드리겠습니다.
긴급구호업무는 빈곤척결 또는 국제개발 활동과 달리, ‘재난 피해의 규모’와 ‘복구 능력’이 구호 여부와 정도를 결정하는 잣대라는 것인데요, 재해 피해지역 방문에 긴급히 상황분석을 하거나 수혜가능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커뮤니티를 방문할 때면 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되죠.
재해의 직접적인 피해는 가시적일 지언정 그 이면에는 원인과 대안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방글라데시 북서지방은 매년 호된 홍수를 겪는데요, 제가 찾은 char (강에 있는 섬)는 소단위로 적게는 세가구 많게는 수십가구들이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식수도 나오지 않는 곳에서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지반이 너무 낮아 강물이 불어나면서 덮친 물이 이내 얼마없는 가계 살림을 다 쓸어가고, 비를 받아쓰는 단순한 시설들을 고장내기 일쑤였습니다.
그나마 한켠에 따로 마련되었던 공동화장실 공간까지 쓸어가면서 위생문제가 심각했습니다.
거기다 주로 소작농으로 일하는 남자들은 논밭이 잠기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게 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어져, 아동들의 영양상태가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이런 수혜자들이 필요한 것은 우선은 당장의 식사, 식수, 주거 수리를 위한 물품 또는 이를 수혜자가 직접 구입하면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현금’이었죠.
OXFAM은 위생키트의 보급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긴급구호를 현금을 통해서 전달했답니다.
현금을 바로 전달하는 대신 안전을 위해 수혜자들의 핀번호가 입력된 유심카드를 3개월간 여성들의 이름으로 지급했죠.
이를 가지고 여성들은 모바일캐쉬 회사와 은행들의 임시사무소로 가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인출해 사용했답니다. 또한,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긴급상황을 대비해 핫라인을 만들어 수혜자들의 불만사항을 수렴했답니다.
긴급구호 3개월이 지난 뒤 6개월간은 단기고용을통한 현금지급(Cash for Work)을 대단위로 실행했죠. 주민들, 지역 공무원들과의 의논을 통해 시급한 일은 강둑을 올리고 공동식수 구역을 수리하는 것이였죠. 여성들 역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행정일과 아이보기 등 간단한 일을 통해 적지만 값진 현금을 지급받고 생계유지를 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또한 다음번 농번기에 사용할 씨앗 구입을 위한 현금 역시 지급하고 지역기관들을 통해 농업기술 교육을 양도했답니다.
많은 도움이 주어진 것 같지만, 사실 만연한 재해 속에 허덕이는 대부분의 수혜자들을 위한 근본적인 도움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답니다. 옥스팜은 궁극적으로 피해민들이 장기적인 영양실조, 실업, 교육 부재 등의 빈곤의 굴레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하고 있습니다.
4. UN 기관들, 국제 NGO들, 아프가니스탄, 파나마, 멕시코 정부와 일하시면서 선생님께서 발견하신 방글라데시의 현실, 그리고 계속 현장에서 일하는 이유에 대해 나누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이러한 기관들 속에서 73년의 노하우로 활동하는 OXFAM만의 특징이나 장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OXFAM은 국제인도주의와 개발기구들 사이에서도 전문성과 영향력이 막강한 단체입니다. 리더십과 혁신 분야에서 특히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현금지급분야 역시 OXFAM이 전두지휘해서 그 효과를 입증하고 다양한 연구자료를 만든 덕분에, 지금은 많은 유엔기구들과 대부분의 국제NGO들의 긴급구호에서 가장 중요한 구호방법으로 채택되고 있답니다.
OXFAM은 이처럼 긴급구호 분야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단체입니다.
Cash Transfer 분야 역시 방글라데시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OXFAM이 정식으로 리드하는 곳이 많답니다. 방글라데시를 예로 들자면, 처음으로 2012년에 현금지급을 도입한 것도 OXFAM이였구요, 2013년에 지급방식을 현금에서 모바일캐시로 바꾼 선두적인 역할을 한 것도 저희 기관이죠.
지금 OXFAM은 실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해서, 문제가 생기면 즉각 대응하는 전례가 없는 케이스입니다. 그에 반해 대다수의 유엔기관과 다른 기관들은 올해가 되어서야 처음 현금을 지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OXFAM의 진취성은 자연스럽게 리더쉽으로 이어져서, Cash Working Group을 리드하게 됐구요.
OXFAM 직원으로 이처럼 현장에서 어떠한 사업을 리드하며 일하는 건 대단한 영광이죠. 다들 OXFAM 이라면 더 깊은 통찰력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다고 기대하곤 한답니다.
5. 현지 전문가로 일하시면서 가장 보람되었던 때는 언제이신지요? 또는, 현지 전문가로 일하시면서 고충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그간 십여개 나라에서 일하면서 본부, 지역사무소, 국가별사무소, 그리고 필드사무소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일한 것을 종합해 봤을 때, 역시 필드에서 가장 빛나는 제 자신을 만난답니다.
하지만 필드에서의 일은 하루하루가 처절할 때도 많답니다. 지진처럼 예측할 수 없는 재해와 함께 항시 대기하는 뎅기열이나 말라리아부터 후진국 특유의 공해와 위생문제 같은 건 익숙해지기 힘들죠.
거기에다 필드는 대부분 치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신변이 위험해진 적도 있구요.
그래도 제가 계속 이 분야에 매진하는 이유는 아마 아직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너무나도 많고 분명히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OXFAM은 수평적이라 필드 직원들에게 많은 재량권을 부여하죠. 틀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한 조언은 내부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구할 수 있구요.
“제 프로젝트의 운명은 저와 함께 가는 것이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절 신뢰하는 파트너 기관들이 있기에,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받아주는 주민들이 있기에, 아무리 처참한 상황에서도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보며 이들의 미래 만큼은 지금과 달라야한다는 믿음이 있기에 아마 저는 아직도 필드에 있답니다.
6. 마지막으로, 옥스팜이 활동하는 94개국 현장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옥스팜에 정기후원을 하는 한국의 후원자들에게 후원의 중요성과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국제인도주의사회도 자칫 어떻게 보면 쳇바퀴 돌아가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수혜자들의 목숨 연장과 임시적인 보호와 구호만을 전해 줄 뿐이니까요.
방글라데시에서 재난이 났을때 현금지급그룹(Cash Working Group)의 한가족 하루 생계유지 비용으로 우리나라 돈 삼천원입니다. 이것으로 5, 6인이 되는 가족이 식량은 물론 모든것을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무책임한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적은 액수도 재난과 빈곤으로 허덕이는 이는 모든 이들을 치열한 선별작업을 통해 지급됩니다.
OXFAM은 수혜자 그룹에 반드시 장애인들을 포함시키며, 항상 여성의 처우 개선을 염두해 두고 있답니다. 수혜자들의 리스트는 지역정부기관과 공유하며, 대부분의 인도주의기관들이 공조해 자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구요.
삼천원의 일당이라도 받아 생계를 유지하고, 일자리를 보급해서, 수혜자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답니다. 또한, 긴급구호와 함께 다양한 교육을 제공해 더 나은 삶으로 다가가도록 합니다. 방글라데시에서 OXFAM은 국가가 탄생되기도 전부터 설립되어 아주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OXFAM은 친숙한 기관이죠. 그 이유는 OXFAM은 종교나 이념을 철저히 배제하며, 모든 이들이 평화와 정의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증명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OXFAM은 유럽연합의 지원을 많이 받고 있는데요, 한국의 후원자분들이 OXFAM의 타단체와는 비교할 수 없는 구호 전문성과 영향력을 저와 같은 사람들을 통한 현장이야기를통해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국제적으로 관심을 끄는 재난이 날때마다 많은 구호물자가 선별되지않고 유입되는데요, 사실 많은 부분들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오히려 주민들의 환경과 문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아 안타깝습니다. 저희 OXFAM의 경우는 지역 파트너기관들, 수혜 커뮤니티 주민들, 특히 여성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그들의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답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OXFAM은 많은 기관들의 롤모델 역할을 하고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함께해주시는 후원자님들을 기억하며, 제 자리에서 항상 수혜자분들에게 귀 기울이며 맡은 역할을 잘 감당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