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고향 시리아 땅으로 과연 돌아갈 수 있을까요?
2011년 3월 15일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내전이 시작된 지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리아의 상황은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황폐합니다. 계속되는 전쟁으로 인해 아동을 포함한 시리아인들의 평범한 일상은 이미 오래 전 파괴되었습니다. 또 ‘인권’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많은 시리아인들이 죽음과 폭력, 굶주림, 착취 등의 끔직한 고통 속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시리타 동구타(Eastern Ghouta)에서 들려오는 충격적인 현장 소식들은 몇 주째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최근 아프린(Afrin), 이들립(Idlib), 데이르 에조르(Deir Ez-Zor) 등에서 일어난 격투들은 많은 생명을 앗아갔고, 수많은 가족들이 구호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기간의 위기 속에서, 시리아 여성, 남성, 아동들의 삶은 무너져 버렸고, 그들의 존엄성은 이미 무시된지 오래입니다. 시리아 내전에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국제사회의 여러 국가들, 시리아 정부군, 반군 세력간의 갈등 속에서 가장 커다란 희생자는 바로, 시리아 민간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옥스팜 활동가로서 레바논(Lebanon)과 요르단(Jordan)에서시리아 난민에 관한 영상을 제작하는 동안, 수많은 난민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전해주는 용기와 희망으로 제 삶을 다시 겸손하게 돌이켜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러한 난민들이 상상 그 이상으로 가혹한 환경 속에 놓여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그들은 고향 땅의 끔찍한 전쟁에서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그들의 삶은 피폐하기만 합니다.
제가 만났던 난민들 중 홈스(Homs) 출신인 엄마 자와헤르(Jawaher)가 한 말은 지금까지 생생하게 제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우리 집은 이미 없어졌어요. 폭격으로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죠. 그렇다면 저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요?
시리아 난민들의 집은 대부분 폭격으로 인해 파편 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또는 낯선 사람들에 의해 점령된 경우도 있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 시리아에서 들려오는 통계들은 상상 그 이상으로 참혹합니다.
-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 최소 40만 명
- 긴급구호 지원이 필요한 시리아인 1천 300만 명 이상
- 구호 및 의료대 접근이 불가능한 지역의 거주민 40만 명(동구타가 대표적인 예)
- 고향을 떠나 계속 자신들의 거주지를 옮겨다니고 있는 시리아인1천 200만 명 (시리아 전체 인구의 1/2이상)
- 이웃 국가에 거주 중인 시리아 난민들 560만 명(그들 중 대부분이 극빈곤층에 속함)
요르단에 거주하는 시리아 난민 자와헤르(Jawaher)는 인터뷰를 통해 아들이 최근에 시리아로 돌아갔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이들립(Idlib) 에서 지내는 아들은 “상황이 매우 나쁘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냅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작은 난방 장치도 찾을 수 없으며, 구호대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시리아에서는 많은 구호 단체들이 구호의 손길을 뻗을 수 없는 사각지대들이 많습니다. 이는 갑작스런 공습으로 구호대가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거나 지역이 폐쇄되고 군에 의해 장악되는 바람에 더이상의 접근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러 구호단체들은 끊임없이 구호 시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옥스팜은 대략 2백 만 명의 시리아인들을 도왔으며, 요르단과 레바논에 거주하고 있는 난민들과 커뮤니티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원 내용에는 안전한 식수 공급, 위생 및 필수 식량 지원 뿐 아니라 난민들의 생계를 돕는 것도 포함됩니다.
만약 당신이 시리아인으로 고향에서 간신히 도망쳐 나와 난민으로 살아가게 되었다면, 과연 ‘불행 끝 행복 시작’일까요?
사실 난민이 된 이후의 삶 역시 쉽지 않습니다. 요르단의 수도인 암만(Amman)은 높은 물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당신이 시리아 난민으로 살아가야 한다면, 또 아이들이 먹을 식량을 구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요르단 정부의 지원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난민들은 여전히 일을 찾기 어려우며 구호단체의 지원에만 의존하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이야 말로 실제 대부분의 시리아 난민들이 맞닥뜨린 상황이며 특히 난민 여성들에게는 ‘의미있는 일’이 불가능한 이 삶이 곧 현실입니다. 누군가는 ‘끔찍한 재능 낭비’라고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요르단 자타리(Za’atari) 난민 캠프의 젊은 시리아 난민여성은 자신이 행운이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녀는 캠프에서 잡지 리포터로 활동하면서 글쓰기 실력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올해 나이 20세인 아비르(Abeer)는 언젠가 시리아로 다시 돌아가 그녀의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특히 고통을 받고 있는 전쟁의 희생자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그녀는 시리아 사람들이 시리아를 재건하는 이야기를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계속되는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더불어 그복구의 비용은 얼마나 들지 상상조차 할수 없습니다.
최근 국제 사회는 시리아 인근 지역의 구호활동을 위해 수십 억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이는 수백 만 명의 시리아 난민들을 살리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 주도록 도왔지만, 막대하게 증가하는 구호의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시리아에서 계속되는 폭력 및 유혈사태와 증가하는 희생자 수는 국제 사회의 실패 때문이기도 합니다. 민간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시도와 전쟁 속에 갇힌 사람들에게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하려 했지만, 매번 군사 작전에 의해 반복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세계 지도자들이 시리아 내전 속의 민간인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며, 정치적 해결점을 적극적으로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과정에 있어 시리아인들에게는 그 어떤 존엄의 가치도 더 이상 남아있지 않습니다.
Shaheen Chughtai
샤힌 추타이/ 옥스팜 난민구호정책 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