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식

소수의 막대한 부(富) 가 정당하지 않은 이유

2016.02.03 1021

불평등이 심화되고 부자들이 더 부유해지는 이 시기에, ‘막대한 부’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며, 그 부가 정당한 것인지를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옥스팜 미국(Oxfam America)의 상임경제고문 디디에 제이콥스(Didier Jacobs)는 최근 발표한 논문(‘막대한 부는 정당하지 않다’, ‘Extreme Wealth is Not Merited’)을 통해 왜 막대한 부가 정당화될 수 없는지 논증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부호 62명이 인류의 절반이 가진 것과 같은 부를 가지고 있다는 옥스팜의 연구결과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왜 이것이 문제가되는 것일까요?  62명의 순자산 가치가  35억명의 재산과 같다는 건 무엇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모두가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부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부와 일자리를 만들어낸다고도 말합니다. 그들은 이들의 부를 재분배하는 것은 이미 형성되어진 사회의 흐름을 파괴하고, 궁극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옥스팜은 막대한 부가 가져오는 결과들을 지적하며 극심한 불평등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펼쳐왔습니다.  막대한 부는 빈곤 퇴치를 방해하고,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며, 성 불평등을 초래합니다. 또한, 보건과 교육에  악영향을 미치게 하며, 세대 간 경제이동을 방해하고, 사회통합을 막고, 민주주의를 훼손합니다.  

막대한 부가 정치와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든 간에, 애초에 이러한 부는 그들의 노력으로 얻은 것일까요? 옥스팜의 논문 ‘막대한 부는 정당하지 않다’ (‘Extreme Wealth is Not Merited’)는 막대한 부의 원인을 조명하고 사람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몫만큼 부를 가져야한다는 능력주의의 관점에서 이러한 부의 윤리적인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막대한 부는 노력 끝에 성공한 자본가와 배부른 자본가의 이미지를 모두 연상시킵니다. 이 논문은 이 두 이미지를 이론적으로, 또한 실증적으로 분석합니다. 논문은 ‘벌점의 사다리’라는 별칭을 가진 분석적 틀을 사용하여 능력주의에 부합하지 않는 막대한 부의 여섯가지 원천을 체계적으로 검토합니다.  (그림1 참고) 

~0% 범죄, 14% 연줄(a), 37% 상속(b), 19% 독점, 100% 세계화, ~0% 기술,

[그림 1. 2014년 기준 세계 억만장자들의 자산 축적의 원인(%)]
a. 연줄의 높은 가능성 : 연줄로 인한 부는 부패가 만연한 나라와 국가의존적인 산업에서 형성된 부를 뜻한다. 하지만 모든 억만장자들이 부패가 만연한 나라에서 국가의존적인 산업을 통해 부를 쌓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는 실제 연줄을 대략적으로 추정한 것이다.  부패가 덜 만연한 나라나 산업분야에서 부를 쌓아온 족벌도 있다. 

b. 독점의 가능성 : 시장실패가 잘 일어나는 산업분야에서 형성된 부. 금융, 의료 서비스, 법조계, 정보 산업, 경영하는 회사를 스스로 세우지도 상속받지도 않은 CEO들이 받는 임금이 이에 해당한다. 실제 독점 지대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은 데이터의 한계에 부딪히고, 이론적으로만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매우 대략적인 추정이라고 할 수 있다. 

c.  표시된 사다리 단의 영향을 받은 억만장자들의 부의 비율을 합산한 것으로, 여러 단에 해당하는 것은 한 번만 계산되었다. 

사다리의 높은 단으로 갈 수록 능력주의의 산물이 아니며, 사다리의 낮은 단으로 갈 수록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생산활동에 부합하지 않는 보상을 합니다.

  • 범죄 :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뜻합니다.
  • 연줄 : 연줄은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뜻하지만 그 정도가 범죄보다 덜합니다. 이러한 활동이 항상 불법적인 것이 아니며, 로비 행위가 때로는 공익에도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 상속 : 상속은 사회에 부정적 영향도 긍정적 영향도 끼치지 않는 것입니다.
  • 독점 : 독점과 시장 실패들은 생산활동에 대한 보수가 아닌 독점 지대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그것을 누리는 사람들이 노력하여 얻은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상속 지대와 달리 독점 지대는 그것을 얻기 위한 많은 노력이 요구됩니다.
  • 세계화 : 기업가의 시장성과는 그가 사회에 한 기여의 본질적 가치 뿐만 아니라, 사회의 크기 자체에도 비례합니다. 세계화, 경제 성장, 인구 증가로 기업가는 자신의 사회 기여도와는 상관없이 막대한 부를 얻게 됩니다.
  • 기술 : 기술은 일부 전문직들이 다수의 고객층에 접근하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 현상은 능력 자체에 대한 보상을 북돋우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능력주의적’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능력주의를 극한으로 몰아가고, 운의 영향 또한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고등교육산업에 혁명을 일으킨 온라인 강의는 소수의 훌륭한 교육자들을 매우 부유하게 했지만, 실력이 꽤나 좋은, 그러나 운이 없는 많은 교육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입니다.

미국의 유력 언론 포브스(Forbes’)의 억만장자 목록을 계산해 얻은 실증적 증거들은 사다리 각 단의 상대적 중요성에 대한 잠정적 지표를 제공합니다.

세계 억만 장자의 재산 중 절반(약 50%)은 그들 자신이 스스로 이룬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부를 상속받았거나 연줄을 통해 얻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그들 중 15%는 금융과 같이 시장실패나 독과점 지대가 빈번히 발생하는 산업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모든 억만 장자들의 재산은 세계화,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에 힘입어 늘어났습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세계 경제가 작았고 나뉘어졌기 때문에, 약탈하는 귀족들 외에는 ‘억만 장자’(오늘날 달러로 계산한 기준)가 없었습니다.

 

막대한 부의 71%는 국가의존적인 산업이나 상속을 통해 형성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부 직종의 범죄와 지식의 자동화는 세계 억만장자들의 부에서 아주 극소한 양을 차지합니다. (사다리 내의 ‘기술’ 단은 ‘독점’ 단으로 간주되는 IT산업에서 생긴 부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일부 직종에서 나타나는 ‘지식의 자동화’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저개발도상국들만 놓고 보았을 때,  막대한 부 전체 중 71%(개발도상국 38개국의 개인 470명 가지고 있는 1조 6500억원 달러) 가 국가의존적인 산업이나 상속을 통해 형성되었습니다. 이 개발도상국들의 억만장자들이 가진 재산 중 무려 56% 가 광산, 전기통신, 공공사업 등 지대추구의 기회를 제공하는 국가의존적인 산업들을 통해 형성되었습니다. 그 부는 빈곤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전기통신이나 공공사업을 하는 회사들의 고객은 가난한 사람들이고 국가들은 기본적인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채취산업들의 수익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나 옥스팜이 ‘능력주의’만을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능력주의’ 외에도 올바른 부의 분배가 무엇인지 논하는 ‘정의’에 관한 이론이 더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옥스팜은 한 사회의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관점에서 설계된 사회를 지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존 롤스의 정의론(Rawl’s theory of Justice)’ 이론이 우리가 추구하는 바에 더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 논문은 불평등을 변호하는 사람들의 가치체계에 비추어보더라도 전 세계 부호들의 ‘막대한 부’가 정당화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문: 옥스팜 미국(Oxfam America) 상임경제고문 Didier Jacobs
초안 번역 : 옥스팜코리아 번역 자원봉사자 유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