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식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VS 푸어 아시안?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의 불평등 이야기

2018.12.05 1208

한국에서는 10월 25일 개봉한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이미 할리우드에서는 개봉 첫 주에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휩쓸었다고 합니다.

영화 개봉회에 참석 중인 콘스탄스 우
사진 출처: 게티 이미지


이름 그대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Crazy Rich Asians)!
즉 ‘미치도록’ 부유한 아시아 최상류층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주요 배역에 모두 아시아계 배우들이 캐스팅되면서 할리우드에서 조연 또는 악당으로만 등장하던 아시아인들의 유리 천장을 깼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SNS에서는 금빛 피부를 가진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을 open, 버리자는 #GoldOpen(골드오픈) 캠페인이 퍼지기도 했죠. 영화는 무려 3주 동안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흥행 기록을 남겼습니다.

영화 속 등장하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들의 일상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싱가포르 부동산 재벌가 출신 남자 주인공의 어머니는 런던 최고급 호텔에서 단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홀대하자, 그 자리에서 전화 한 통으로 호텔 전체를 사버리기도 하죠.

Photo by Sanja Bucko
© 2017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and SK Global Entertainment


그렇다면, 영화 속에서 화려하게 등장하는 ‘신보다 더 부유한’ 아시아 최상류층의 이야기는 과연 실제로도 존재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점점 더 늘어나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들

사진: Eleanor Farmer, Oxfam GB/International


영화 속 배경인 싱가포르는 쇼핑몰의 천국입니다. 디자이너 편집숍부터 프라다, 구찌, 루이비통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죠. 이는 홍콩, 방콕, 자카르타 등 다른 아시아 도시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중 몇몇 국가들은 한때 평등한 경제성장 모델을 갖췄다 평가받기도 했지만, 부의 불평등은 쉴 새 없이 증가해왔습니다. 옥스팜의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억만장자들의 숫자는 미국과 유럽의 수를 훨씬 능가합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백만장자, 억만장자들의 고향이 바로, 여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입니다.


이미지 출처: BBC

2018년 포브스(Forbes)가 찾아낸 2,208명의 억만장자들 중에서 미국은 585명의 억만장자가 살고 있는 억만장자 보유국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다음으로 중국 본토에는 373명의 억만장자가 살고 있죠.

하지만 옥스팜이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CS)가 발표한 “2017 세계 부(富)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총 600명의 억만장자가 살고 있는 것으로, 1위인 북미 지역을 추월했습니다.(2018년 현재는 784명)

또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초고액 자산가(*보통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 10억 이상 보유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습니다. 전 세계에서 순자산이 높은 개인의 34.1%가 아시아 출신이라고 하니, 아시아에 집중된 엄청난 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 부의 30.8%를 차지하는 수치입니다. 반면 북미 지역은 28.2%를 차지하고 있죠.

중국?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들의 집합소?

베트남 하노이의 명품 쇼핑몰
사진: Sam Tarling, Oxfam GB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영화에서는 중국계 싱가포르인, 중국계 미국인 등 다양한 중국계 출신들이 등장합니다. 그들 가문의 전통과 명맥을 지키면서도 부를 맘껏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실제 현실에서도, 가장 많은 수의 억만장자를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는 중국입니다.

이미지 출처: BBC

미국과 유로존이 금융 위기를 겪고 회복기를 보내는 동안, 중국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8~11%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중국 출신 백만장자, 억만장자의 수는 끊임없이 늘어났습니다.

지난 수년간 아시아 지역은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다.
중국과 인도의 신흥 시장은 GDP 및 주식시장 성장에 힘을 입었고,
일본, 홍콩 및 싱가포르는 그들의 안정적인 시장을 통해
꾸준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 치라 타크랄(Chirag Thakral), 글로벌 IT 컨설팅 회사 Capgemini 시장정보국장 –

1%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vs 나머지 99% 아시안

가진 자들의 부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갖게 되는 공식은 실제로도 성립하는 듯 보입니다. 작년 중국 내 창출된 소득의 79%는 상위 1%의 부자들이 차지했으며, 인도에서는 소득 73%가, 태국에서는 소득 96%가 상위 1%의 부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가진 자들은 계속 더 갖게 된다” – 초고액 자산가들의 재산 증가율/ 이미지 출처: BBC

한국 역시 ‘백만장자’의 숫자와 평균 자산은 작년보다 늘었습니다. 상위 1%의 인구가 국토의 55.2%를, 상위 10% 계층이 전체 소득의 50%를 차지하고 있다는 조사도 있었죠. 크레디트 스위스는 “2018 세계 부 보고서”에서 한국을 ‘성장 스타(Growth Star)’라고 불렀습니다. 그들의 부는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줄어든 적이 없습니다.

‘크레이지 푸어 아시안’,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놀랄만큼 많은 억만장자들이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그 명암 역시 짙습니다.

인도네시아 빈민촌과 부유층 아파트촌


매년 100명이 넘는 새로운 아시아인 억만장자가 등장하는 반면에, 최소 7천만 명의 아시아인들은 당장 먹을 끼니를 걱정해야 합니다.

아시아 지역의 많은 나라들에서 부의 불평등이 우려할 정도의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 스타파 탈푸르(Stafa Talpur), 옥스팜 아시아 불평등 캠페이너

놀라운 사실은, 전 세계 근로 빈곤층 2/3 이상이 아시아에 속합니다. 이들은 매일 장시간 일함에도 불구하고 하위 소득에서 벗어나지 못하죠. 특히 여성들의 경우 남성이나 타지역 여성에 비해 평균 30% 더 적은 보수를 받습니다. 또 무급 가사노동인 집안일과 육아에는 평균 2.5배 더 많은 시간을 쏟습니다. 때문에 가족들을 부양하는 여성 가장의 경우, 취약계층 중 가장 취약계층에 속합니다. 경제적 불평등 내에서 젠더 불평등 역시 눈에 띄는 문제입니다.

베트남 노동자들의 모습/ 사진: Oxfam GB

“현재 홍콩에서 크레이지 푸어 아시안 1명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1명의 재산만큼을 벌기 위해서는 총 6,800년이 걸립니다.”

베트남 / 사진: Adam Patterson/ Oxfam

‘미치도록 부유한 아시아인들(Crazy Rich Asians)’의 화려한 삶, 그 화려함 만큼 길게 그늘진 ‘미치도록 가난한 아시아인(Crazy Poor Asians)’들의 삶.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포스터 VS 크레이지 푸어 아시안 (출처: 영화 공식 홈페이지/ 옥스팜 아시아)

과연 이 격차는 어떻게 줄어들 수 있을까요?
어떻게 우린, 아시아의 공정한 세상을 그려갈 수 있을까요?
옥스팜은 ‘가난이 없는 공정한 세상’을 위해 매년 다보스포럼에서 불평등 보고서를 발표하고, 157개국 정부를 대상으로 불평등 해소 실천 지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또 기업의 포용적 경영모델을 촉진하는 보고서를 발간하며,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의 불평등 해소를 위한 활동을 촉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