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식

아이들이 전쟁에 참여한다면…

2018.06.07 9356
떨어진 구호 물자 용기를 주워 앉아있는 스티븐(Steven)

스티븐(Steven)은 유일한 아동이었습니다.
어른들이 시작한 전쟁에서, 총을 건네받고 싸우도록 강요받았던, 그 때의 그 전쟁터에서 말입니다.

매일 마음 속에 되뇌던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원은 끝내 부상으로 전쟁에 참여하기 어려워지면서 이루어졌습니다. 그의 나이 14살 때 말입니다.

다른 친구들이 먼지 가득한 학교 앞 공터에서 축구를 할 때, 스티븐은 바닥에 흩어져있는 커다란 통을 주워 앉아 구경합니다. 그 통은 바로, 헬리콥터에서 떨어진 구호물자가 담겼던 용기입니다. 이 용기들은 모닥불을 피울 때 활용되거나 의자로 쓰여지기도 합니다.

스티븐의 발목에 난 상처는, 그가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를 할 수 없는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2년 전, 치열한 전투에 참여하던 당시 총에 맞으면서 생긴 상처입니다. 그 때의 상처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밤마다 떠오르는 전쟁터의 총성처럼 그의 상처도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발목의 상처도, 제 마음도, 언제쯤이면 아물 수 있을까요?”

Photo: William Vest-Lillesøe, Oxfam IBIS
가닐리엘 마을 학교에 그려져 있는 남수단 국기

스티븐이 살고 있는 가닐리엘(Ganyliel) 마을은 남수단 북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는 자동차가 한 대도 없지만, 대신 많은 소 떼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폭우가 매일같이 쏟아지는 우기에는 마을이 섬으로 변해 카누를 타야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누에르(Nuer)부족들이 거주하고 있는 이 마을에서는 몇 년 동안 딘카스(Dinkas)부족과 수많은 전투를 치뤘습니다. 창과 나이프로 치뤄지던 전쟁은 신식 총과 수류탄으로 대체되면서 더욱 폭력적인 전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이 갈등은 오늘날 젊은 세대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2년, 누르 부족의 군대에서 전투원이 부족해지면서 스티븐은 12살의 나이에 전쟁터로 끌려갔습니다. 그렇게 끌려가는 스티븐을 보면서 그의 엄마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가 돌아온 지금까지도, 아들을 볼 때마다 엄마의 마음은 여전히 아프기만 합니다. 힘 없이 아들을 보내야만 했던 어미의 마음과 공동체의 슬픈 운명 속에서 말입니다.

“군대에 도착하자마자 작은 소총을 건네받았어요.
어떻게 총을 쏘는지, 어떻게 적을 기습 공격하는지에 대해 배웠죠.”

무덤덤하게 말을 꺼내던 스티븐은 갑자기 고개를 푹 떨굽니다. 훈련을 마친 후 그는 바로 전쟁터로 보내졌습니다. 하루 종일 100km의 거리를 걷고 나서야 이웃 부족과 적군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시키는대로 적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어요. 숨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우린 공격을 시작했죠. 그 이후 오랫동안 전투가 이어졌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끔찍한 모습으로 목숨을 잃었어요.”

교육으로 시작된 변화

스티븐은 발목에 총상을 입었고, 결국 집으로 보내졌습니다. 2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상처의 염증은 점점 악화되어만 갈 뿐, 전혀 나아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븐은 자신이 ‘행운아’라고 말합니다. 가닐리엘 마을에 옥스팜 사무소가 생겨난 뒤, 아이들과 청년들을 위한 특별한 수업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스티븐처럼 내전으로 제때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스티븐은 옥스팜이 설립한 도서관에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그는 예전보다 더 용기가 생겼다고 말합니다. 전쟁과 갈등이 전부가 아닌 또 다른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한, ‘용기’ 말입니다.

“우간다로 가고 싶어요. 거기엔 더 좋은 학교들이 많거든요. 의학을 공부해서 저처럼 전쟁 중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싶어요.”

전쟁터에서 그는 자신보다 더 작은 소년이 총을 들고 있는 것을 본 적 있습니다. 작은 체격에 맞지 않는 군복을 입고 간신히 총을 들고 있던 그 소년의 모습은 여전히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살았을까요, 죽었을까요?” 그 아이처럼 전쟁 중 다치거나 트라우마를 겪는 아이들을 위해 의사가 되고 싶다는 스티븐. 자신이 겪은 고통을 똑같이 겪고 있을 그 아이들을 위해 말입니다.

가닐리엘 마을의 지도자인 존 탑 캉(John Tap Kang)은 모든 학생들이 어른들의 전쟁에 참여하지 않고 학교에 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말처럼 ‘남수단’을 위해서도, 아동 ‘개인’을 위해서도,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더 큰 미래의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는 전쟁과 질병같은 많은 문제들을 직면하고 있어요. 하지만 ‘교육’으로 우리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을 거에요.”
– 마을 지도자 존 탑 캉

옥스팜은 남수단에서 과거 소년병으로 활동했던 취약계층들과 소년, 청년들을 돕고 있습니다.

▶ 2007년 이후, 옥스팜 현장 사무소는 남수단 내전의 희생양이 되었던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중 대부분은이 소년병 출신입니다.

▶ 보충 교육 프로그램은 8년의 학교 수업을 절반 정도의 기간 내에 배울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고학년 연령의 아동 또는 청년들은 빠른 기간 내에 교과과정을 보충하여 향후 정규 교육 과정에 편입할 수 있습니다.

▶ 옥스팜은 시에라리온(Sierra Leone)과 라이베리아(Liberia)에서도 소년병 활동 등으로 전쟁에 영향을 받은 아동 및 소년들에게 남수단에서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현장, 그 곳에 옥스팜이 있습니다.
소년병 출신 아동 및 청년들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오늘도, 옥스팜은 현장에서 희망의 걸음을 내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