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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팜X샘킴 푸드트럭이 5주년! 5년을 함께 한 샘킴 셰프님과의 대화

2020.02.03 6353


요리를 통해 기대하는 것, 만족하는 것이, 요리를 만드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는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저만의 길을 가고 싶습니다.



세상을 향한 마음을 따뜻한 한 끼의 파스타에 담아 전하는 옥스팜X샘킴 푸드트럭, 2015년 5월 처음 시동을 건 이후 17개 도시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끼의 가치를 전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습니다. 그러길 어느덧 5년, 이 시간을 기념하기 위해 따뜻한 기운과 맛있는 냄새로 가득한 ‘보나세라’에서 샘킴 셰프님과 ‘옥스팜X샘킴 푸드트럭’ 5년을 돌아보았습니다. 



옥스팜 : 샘킴 셰프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옥스팜X샘킴 푸드트럭(이하 푸드트럭)이 햇수로 5년이 되었습니다. 5년을 맞아 푸드트럭의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고 싶네요. 어떻게 푸드트럭 봉사를 결심하게 되셨나요?
샘킴 셰프 : 평소에 푸드트럭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을 보며 관심이 있었습니다. 언젠간 어떤 방식이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옥스팜 측에서 함께 하고자 하는 제안을 주셨습니다. 그때 마침 네팔에 큰 지진이 있었을 때였는데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의 일환으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옥스팜 : 일반적인 식당은 손님 테이블과 주방이 분리되어 있어서 직접 먹는 사람을 보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런데 푸드트럭은 드시는 분들을 직접 뵙게 되니 함께하는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샘킴 셰프: 레스토랑에서 요리하고 손님이 앉아서 식사하는 것을 보는 것과 현장에 가서 봉사하며, 음식을 받기 위해 줄 서 계시고, 드시는 걸 보는 건 확실히 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완벽한 상황에서 요리하다가 현장에서 요리하게 되면 열심히 준비해도 변수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 돌발 상황에 부딪혀가며 임기응변도 생기고, 유연하게 대처하며 어떻게 하면 더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발전해 가며 뿌듯함을 느낍니다. 제가 이런 상황을 좀 좋아하더라고요. (웃음) 매 푸드트럭 봉사 때마다 새로운 자극을 받습니다.

옥스팜 : 셰프님 파스타를 푸드트럭에서 처음 먹어봤습니다. 한정된 곳에서 만드셨는데도 어느 파스타랑 비교할 수 없게 맛있어서 놀랐습니다.
샘킴 셰프 : 레스토랑에서 만들면 훨씬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완성도가 덜 한 게 그 정도라고요?) 네 그럼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희 레스토랑은 2인 이상의 파스타를 한꺼번에 만들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면 맛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푸드트럭은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등 여러 상황 때문에 한계가 있어 맛을 그만큼 끌어올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레스토랑처럼 하려면 지금 트럭보다 훨씬 큰 푸드트럭으로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웃음) 제한된 상황에서 최대한 레스토랑과 맛의 오차가 덜 나게 구현하기 위해 푸드트럭을 할 때마다 고민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을 위해 요리하는 것은 자주 있는 기회가 아니라서요. 매번 조금씩 발전하고 있습니다.

옥스팜 :푸드트럭에서 선보인 파스타 중 소개할 만한 파스타가 있을까요?
샘킴 셰프 : 아무래도 자주 선보였던 아마트리치아나가 아닐까 합니다. 맛의 오차를 많이 줄여가고 있는 파스타입니다. 더 맛있게, 더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습니다. 하지만 제한된 환경, 기다리시는 분들을 위해 시간 안에 최선의 맛을 낼 수 있게 하기 위해 고민합니다.

옥스팜 :현장에 오실 때 준비를 정말 많이 해오시는 것에 놀랐습니다. 준비가 힘드시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샘킴 셰프 : 푸드트럭 준비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기보다 스텝들과 함께 근무시간 짬짬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텝들이 힘들어합니다. (웃음) 푸드트럭 날짜가 잡히면, 몇 인분을 준비할지 질문받는데, 제가 ‘좀 많아’라고 이야기하면 한숨 소리가… 그러나 스텝들이 처음에는 준비하고 현장 가는 것을 힘들어해도 막상 현장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음식을 나누고 그로 인해 몇 명이 후원해 주었다고 하면 함께 뿌듯해합니다. 레스토랑에만 있다면 느낄 수 없는 ‘보나세라’ 스텝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옥스팜 :5년이라는 세월만큼 많은 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도시를 다니셨는데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으신가요?
샘킴 셰프 : 매우 많습니다. 제 이름이 전면에 들어가지만, 푸드트럭은 저 혼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레스토랑 ‘보나세라’ 스텝을 포함해 수많은 분이 함께하기에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이 많습니다. 맛있는 파스타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부터 현장, 그리고 끝나고 밥 먹는 것까지 모든 과정에서 함께하면서 많은 추억이 쌓입니다. 그래서 저만 주목되는 부분이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 도시마다 에피소드도 있네요. 그중 1000번째 후원자가 생긴 광주가 기억납니다. 그 푸드트럭에서 1000번째 후원자가 생길 수 있다고 다들 기대하며 기다렸는데 소식을 듣고 함께 기뻐하며 즐거웠던 기억이 나네요. 울산도 기억이 나는데요, 매번 떠나면서 오늘은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아니다 같은 느낌을 서로 이야기하는데 울산 정말 날씨가 안 좋아서 많이 걱정하였었습니다. 그런데 궂은 날씨에도 아이를 데리고 오신 분부터 많은 분이 와 주셔서 분주했지만 즐거웠던 기억도 있습니다. 해운대 갔을 때 노점 상인분께서 저희가 장사하는 것으로 오해하시고 엄청나게 화내셨던 기억도 있습니다. 다행히 나중엔 이해해 주셨죠.

옥스팜 :정말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네요! 푸드트럭에서 다양한 전 세계 이슈를 소개하셨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이슈가 있을까요?
샘킴 셰프 : 제가 아이가 있다 보니 전쟁 등 수많은 이유로 집을 떠나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부모로서 ‘아이가 굶었다 또는 다쳤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마음에 와닿습니다.



옥스팜 : 요리로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기부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식’을 통해 나눈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샘킴 셰프 : 사람들 저마다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게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식당을 운영하고 요리를 하고 나눌 수 있는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저희 레스토랑 스텝들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옥스팜을 만나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푸드트럭에서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어 사람들과 나누지만, 그것을 넘어 옥스팜은 푸드트럭에 오신 분과 소통해 저희의 취지와 내용을 잘 설명해 주시고, 후원으로 함께 하게 합니다. 그리고 푸드트럭에 많은 분이 오실 수 있게 홍보도 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역할이 있기에 계속 푸드트럭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그중 밑거름이 되는 ‘요리’라는 역할을 하고 그다음 단계에서 옥스팜 식구들이 함께 노력해 주신다고 생각합니다. 요리만 맛있다고 이 모든 것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와 저희 스텝은 요리와 음식으로 저희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단순히 요리를 할 수 있는 곳은 매우 많습니다. 그러나 의미 있는 요리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한 것은 ‘의미가 있는 요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 확실한 재충전이 된다는 점입니다. 돈을 받지 않아도, 더 의미 있는 곳에 재능이 쓰인다는 것만으로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옥스팜 : 그러한 밑거름이 모여 큰 나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옥스팜X샘킴 푸드트럭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샘킴 셰프 : 기회가 주어지는 내에서 끝까지 하는 게 목표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많은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언제나 꾸준한 캠페인이면 좋겠습니다. 요리를 통해 기대하는 것 만족하는 것이 요리를 만드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는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저만의 길을 가고 싶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