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식

만드는 사람 따로, 먹는 사람 따로? 바코드 뒤에 가려진 식품 노동자의 속사정

2021.09.17 3325
식량위기가 점점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세계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기근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국제기구, NGO 모두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 세계 8억 명 이상은 음식이 없어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농업에 종사하며 식량을 생산하는 사람이 인구의 1/3이나 되는데, 왜 굶주림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걸까요?



소수를 먹여 살리는 ‘기울어진 식량 시스템’

(© Tatiana Cardeal / Oxfam Brasil)
식품 산업이 매년 수조 달러의 수익을 내고 있지만 생산자와 농업 종사자들은 굶주린 채 잠이 드는 아이러니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이익이 대주주와 글로벌 기업 등 유통구조 꼭대기에 있는 이해관계자들에게 돌아가는 불공정한 식량 시스템과 연관이 깊은데요. 기업이 식품의 생산부터 유통, 판매까지 관여하면서 생산자와 노동자는 비용 절감을 위해 열악한 임금과 노동 환경을 감당해야 합니다. 아무리 일을 해도 돈을 벌 수 없는 비극적인 상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Tatiana Cardeal / Oxfam Brasil)
설상가상으로 덮친 코로나19 위기는 기존에 존재하던 식량 시스템의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노동자들은 봉쇄 조치와 생명의 위협을 피해 생업을 포기하거나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더 큰 빈곤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녀들은 집에서 매우 멀리 떨어진 커피 농장에서 일을 했어요. 배고픔과 추위, 독한 살충제와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언제나 안전이 염려되는 상황이었죠.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했을 때도 농장주는 노동자들을 위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자녀들은 매일 두려움을 느끼며 주린 배를 안고 잠들곤 했습니다.”

– 브라질의 줄리아(*)


브라질 커피 농장의 ‘굶주림을 낳는 노동’

(© Tatiana Cardeal / Oxfam Brasil)
최근 브라질 남동부 미나스제라이스 지역의 한 커피 농장에서는 생계를 위해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필요 최저임금’에 47%나 못 미치지 급여를 노동자들에게 지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농장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임금도 지급하지 않는 농장주에게 분노했습니다.

“농장 관계자는 원두를 충분히 수확하면 합당한 임금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했어요. 하지만 점점 원두 값을 낮췄고, 결국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죠. 그들이 보기에 저희는 가치 없는 사람 같았어요. 일회용품처럼 한 번 써버리고 마는 그런 존재요.”

– 미나스제라이스 커피 농장 노동자 마리아(*) 와 카를로스(*)
농장주는 커피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는 대신 폭리를 취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노동자들이 커피 열매 한 포대를 수확할 경우, 약 10헤알(약 2,300원)의 돈을 받지만 농장은 60~120배에 이르는 가격으로 원두를 판매하고 있던 것인데요. 옥스팜은 농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근로 환경을 조사했고, 많은 이들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환경, 미비한 안전 시스템, 그리고 과중한 업무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 Tatiana Cardeal / Oxfam Brasil)
“많은 노동자들이 청결하지 않은 숙소에 모여 다 같이 생활합니다. 식탁과 의자도 없이 무릎에 접시를 놓고 밥을 먹어야만 했고, 커피 밭 상황도 마찬가지였어요. 화장실과 휴게실도 없이 매번 나무 사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죠. 고용주는 물 한 방울, 음식 한 조각도 제공하지 않았고, 임금조차 지급하지 않아 저희는 빚을 내서 겨우 밥을 먹고 있어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상황입니다.”

– 미나스제라이스 커피 농장 노동자 호르헤(*)


공정한 임금을 원해요! 옥스팜 ‘Behind the Barcodes’ 캠페인

옥스팜은 미나스제라이스 지역을 비롯해 브라질에 있는 많은 커피 농장의 노동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생산과 유통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해 ‘Behind the Barcodes’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와 같은 유통 기업들이 얼마나 공정하고 투명하게 활동하는지 점검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 옹호활동으로 대중의 인식을 전환하고 기업들이 바뀔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 진행되는 옥스팜 Behind the Barcodes 캠페인
옥스팜이 브라질 커피 농장을 대상으로 전개하는 Behind the Barcodes 캠페인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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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는 커피 농장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보호정책을 마련해야 하며, 농장은 노동과 임금에 대해 적절한 대우를 제공해야 합니다.

• 유통 업체는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의 노동 실태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동자들과 충분히 소통해야 합니다.

• 여성 노동자가 성차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유통 업체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안전한 노동환경을 제공할 것을 약속해야 합니다.

대형마트 ‘리들’을 대상으로 Behind the Barcodes 캠페인을 펼치는 옥스팜(© Bekky Lonsdale/Oxfam)
옥스팜은 파키스탄 쌀 농장, 인도 아삼차 밭, 태국 해산물 생산 공장, 남아프리카 와인 생산지 등에서 Behind the Barcodes 캠페인을 전개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오늘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떤 노동자도 ‘불공정’으로 생계를 위협받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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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이 사용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