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식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분쟁] 폭력과 굶주림 속 생존을 위한 힘겨운 사투

2021.08.24 3938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지역(© Oxfam)
에티오피아는 지난해 11월 발발한 정부군과 티그라이 인민해방전선(TPLF) 간의 무력분쟁으로 국가적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현재 520만 명에게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며, 티그라이 지역의 40만 명 이상은 심각한 수준의 기근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정세 속 폭력과 굶주림, 기후위기와 코로나19라는 복합적인 문제가 지역민들을 위협하고 있지만, 현지에서의 인도적 지원 활동이 제한되어 구호물자를 전달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오늘도 주민들은 생존을 위한 힘겨운 사투를 벌입니다.


“대형 메뚜기떼를 겨우 견뎠더니 총격전이 시작됐죠”

에티오피아 남부 티그라이 지역의 판투(© Serawit Atnafu / Oxfam)
홀로 여섯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남부 티그라이 지역의 판투(*)는 지난해 분쟁이 발생한 뒤 집과 재산을 모두 잃었습니다. ​이전에는 소작농으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가곤 했지만, 마을에 무력 분쟁이 지속되자 자녀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안전한 곳을 찾아 무작정 떠난 여정 속 사흘간은 두려움과 배고픔에 떨며 이웃들과 산속에서 숨어 지냈고, 마을로 돌아왔을 때는 총격으로 집이 모두 파괴되어 있었습니다.

총격전으로 파괴된 판투의 집(© Serawit Atnafu / Oxfam)
“지난해 대형 메뚜기떼가 전국을 덮쳐 농사를 아주 망치는 일이 있었어요. 절망 속에서 남은 작물이라도 수확하려고 할 때쯤 분쟁이 발생했죠. 끝나지 않는 고통에 무력감을 느껴요. 더 이상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티그라이 지역민 판투(*)
판투 가족은 고향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전쟁의 후유증으로 인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력이 없어 집은 고치지 못했고, 가뭄 때문에 농사는 여전히 힘듭니다. 옥스팜은 판투와 자녀들의 건강 회복을 위해 영양가 있는 식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녀와 조카들이 학교에 꼭 다닐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실향민 테스페이(© Serawit Atnafu / Oxfam)
테스페이(*)는 분쟁을 피해 가족들과 도망치던 중 무장세력의 공격에 친동생을 잃었습니다. 가족을 떠나보낸 슬픔도 잠시, 분쟁 이후 시행된 이동 제한 조치로 경제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새로운 근심에 빠졌습니다. 키우던 가축은 모두 총격으로 죽었고, 집에는 먹을 것이 다 떨어져 이웃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웃들도 기근으로 걱정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도로가 막혀 시장에 갈 수 없으니 종자와 농업용품을 구매할 수 없는데 설상가상으로 비도 오지 않습니다.

가뭄으로 메마른 티그라이 지역의 한 밭(© Petterik Wiggers / Panos for Oxfam America)
“우리 지역 땅은 비옥하고, 수확량도 많은 편이었어요. 저는 수수나 테프와 같은 농작물을 기르며 소와 양, 염소를 키워 가족들을 책임졌죠. 하지만 지금은 돈을 벌 방법이 전혀 없어요. 동생이 죽은 후 책임져야 할 식구는 더 늘어났는데 말이에요.”

– 티그라이 지역민 테스페이(*)
테스페이는 자녀와 조카들이 학교에 다니며 공부할 수 있기를 바라기에 다시 농사를 짓고 생계를 회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옥스팜은 테스페이를 포함한 티그라이 실향민을 대상으로 생계 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피난 중에 낳은 제 아이, 마르고 연약한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에티오피아 남부 티그라이 실향민 뮬루 (© Serawit Atnafu / Oxfam)
미용사이자 공예업자였던 뮬루(*)는 임신 9개월이 되던 째 분쟁이 발발해 고향 땅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피난길, 그녀에게 가장 중요했던 건 곧 태어날 아이를 살리는 일이었습니다. 피난 중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기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이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지만, 여전히 마르고 연약한 자녀를 볼 때면 마음이 아픕니다.

티그라이 실향민 뮬루의 자녀 (© Serawit Atnafu / Oxfam)
“기저귀와 분유를 얻을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어요. 처음에는 아이는커녕 제가 먹을 식사도 구하지 못했고, 걱정이 끊이지 않았죠. 분쟁이 얼른 끝나 집에 돌아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요. 피난으로 헤어진 가족들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 티그라이 지역민 뮬루(*)
현재 뮬루는 아기를 지키기 위해 피난 다니며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습니다. 옥스팜은 뮬루에게 깨끗한 물과 위생 시설을 제공해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며 태양열 랜턴과 필수품을 배급해 안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하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분쟁이 시작된 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주민들은 폭력과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옥스팜은 생존의 위기에 처한 티그라이 지역민을 대상으로 오늘도 인도적 지원 활동을 전개합니다.
티그라이 지역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오늘 옥스팜과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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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긴급구호 활동과 자립을 위한 생계지원 프로그램 등에 사용됩니다.

(* 주민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이 사용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