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식

씨앗을 통해 극복한 라오스의 식량위기

2022.02.03 3901
“종자가 실패하면 식량도 실패합니다. 식량에 대한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가장 기본적인 인권 보장에도 실패하는 것입니다.”

– 옥스팜 ‘파종 다양성=수확 안보’ 프로젝트


기후변화로 심화된 라오스의 식량 불안정

2019년 9월, 예기치 못한 홍수가 라오스 중부와 남부를 강타하며 6개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홍수의 주요 원인은 바로 기후변화였는데요. 라오스는 비교적 자연재해가 잦은 곳은 아니지만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발생 빈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라오스 인구의 대부분이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가지만, 홍수로 논밭이 망가지면서 작물을 재배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쌀을 비롯해 대부분의 종자 가격이 급등했고 라오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베트남에서 수입한 값싸고 질 낮은 쌀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식량계획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발표한 식량안보 평가에 따르면, 쌀을 포함해 라오스의 주요 식량 수요가 주로 수입을 통해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3월부터 67,800명에 달하는 인구가 식량 불안정을 겪고 있으며,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정부와 인도주의 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아 홍수 피해를 복구하고 있습니다. 비옥한 토지와 원자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식량과 현금 지원은 주민들에게 생명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식량안보, 품종 개발에서 해답을 찾다

옥스팜은 지난 7년간 ‘파종 다양성=수확 안보(SD=HS)’ 프로젝트를 통해 기후변화와 재해에 견딜 수 있는 양질의 품종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국제개발협력기구 시다(Sida)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진행된 본 사업은 라오스의 국립 농림연구소와 협력을 통해 현지 조건에 맞는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고 라오스 주민들의 식량 문제도 해결하는데 기여합니다.

파종 다양성=수확 안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삭다반 © Oxfam
사라반 주 나쿠이사오 마을에 사는 수니는 프로젝트를 통해 농민 커뮤니티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며 개량한 품종을 직접 실험하고 선별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녀는 홍수가 발생한 이후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홍수에 대응할 수 있는 양질의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2주간 작물들을 물에 잠기게 하는 실험을 수행했고, 단 하나의 품종이지만 실험에서 살아남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드디어 홍수에도 견딜 수 있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한 것입니다.

“그 어떤 악조건에도 맞설 수 있는 품종을 개발했습니다. 이제 저희 손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 수니, 농민 커뮤니티 멤버
이후 수니는 2020년부터 새로 개발한 품종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실험을 통해 품종의 우수성을 증명하고, 보급을 위한 품종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에는 새로운 품종을 주로 방사선 장비가 설치된 시설을 통해서만 생산할 수 있어 가격이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웠는데요. 프로젝트를 통해 농민들은 이전에는 접하기조차 어려웠던 새로운 품종들을 쉽게 구하고 직접 개발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농업

본 프로젝트는 우돔싸이, 사야불리, 비엔티안, 사라반, 아타푸, 루앙프라방 등 라오스의 6개 주에서 진행되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여성과 청소년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품종을 사용하여 재해에 강한 농작물을 수확하고, 올바른 농업 지식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농업 학교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라반 주 방카 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쌀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려가는 삭다반은 쌀로는 수입이 변변치 않자 쌀 대신 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했는데요. 안타깝게도 채소 역시 곤충과 해충으로 재배가 쉽지 않았습니다.

‘파종 다양성=수확 안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삭다반의 가족 © Oxfam
삭다반은 식량 안보를 위해 마을에서 ‘파종 다양성=수확 안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고, 양상추, 케일, 양파, 고수, 긴 콩, 오이, 가지 등 다양한 종자를 지원받기 위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종자를 잘 키울 수 있도록 기술 교육도 함께 받은 삭다반의 가족은 건기와 우기에도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지역의 좋은 모범 사례가 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전에는 알지 못했던 다양한 품종과 농사 기법을 알게 되었어요. 교육에서 배운 것들을 활용해 이제는 수익을 낼 수 있게 되었고 저희에게는 더 나은 삶이 찾아왔지요.”

– 삭다반, 농민 커뮤니티 멤버
지역 농림부는 삭다반 가족이 프로젝트를 통해 습득한 지식을 마을 주민들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격려했습니다. 지역 농민들도 삭다반의 가족처럼 다양한 양질의 품종을 접하고, 퇴비와 살충제 생산, 작물 관리법 등의 기술 교육과 농산물 박람회 등의 기회를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라오스 전역으로 확산되는 똑똑한 솔루션

지난 12월 23일, 라오스에서는 전국 종자 박람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연구자, 관련 단체 등 많은 농업 종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옥스팜 라오스의 캄피 캄마봉 국장과 라오스 국립 농림연구소장 차이 분파누세이 박사가 종자 개발 및 보급을 위한 회의를 주재하며 라오스의 농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특별한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종자 박람회에 참여한 삭다반과 그녀의 어머니 © Oxfam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7개의 발아촉진제가 전시되었고 기후변화에 강한 20여 종의 다양한 품종이 농가와 바이어들의 이목을 크게 끌었습니다. 코로나19로 식량 불안이 더욱 악화된 지금, 양질의 종자는 개인뿐 아니라 국가의 식량 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옥스팜은 지속적인 종자 개발을 통해 라오스의 식량 위기를 줄일 수 있도록 올해도 지원을 이어갈 것입니다.



씨앗을 통해 식량위기를 극복하는 옥스팜의 똑똑한 솔루션에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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