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자 스토리] “사람을 위한 사람의 힘이 제가 옥스팜과 함께하는 이유입니다.”
연현정 후원자(좌)가 근무했던 옥스팜 채리티숍(우) ⓒ 연현정 후원자 제공 / Oxfam in Korea
Q. 안녕하세요. 연현정 후원자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0여 년간 행사 기획자로 일하다가, 2021년 영국에서 석사 과정을 시작하면서 옥스팜의 활동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학교에 격리된 채 공부만 하면서 지냈는데요. 옥스팜 채리티숍에서의 자원봉사는 저의 유일한 외부 활동이기도 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옥스팜 캠페인과 행사 서포터즈로 활동했고, 2023년에는 옥스팜 채리티숍의 부매니저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6월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옥스팜 소셜 미디어 활동가로 함께하며 전 세계 화장실 문제를 알리고 있습니다.
Q. 후원자님께서는 어떻게 옥스팜을 처음 알게 되셨나요?
옥스팜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07년,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갔을 때였습니다. 당시 옥스팜 채리티숍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던 친구를 통해 처음 옥스팜을 알게 되었죠. 이후 2021년, 대학원 진학을 위해 다시 영국으로 가면서 옥스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행사 기획자로 일하면서 막대한 비용과 자원이 투입되는 올림픽, 엑스포 등과 같은 메가 이벤트에 주로 참여해 왔는데요. 궁극적으로는 세계 평화와 인류 화합과 같은 목표를 지향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추진 과정에서는 환경파괴, 인권침해, 불공정 등의 문제를 동반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영국에서 국제 이벤트 경영을 공부하며 주요 국제기구와 NGO의 캠페인 및 기금모금 활동을 연구했고, 그 과정에서 옥스팜의 독특한 캠페인과 사업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Q. 영국에 계실 때 옥스팜 채리티숍에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영국 사람들은 종종 우스갯소리로 옥스팜의 인지도가 엘리자베스 여왕 다음이라고 말합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을 직접 경험하면서 그 이유를 찾기 위해 학교 근처의 옥스팜 채리티숍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어요. 당시 외국인 봉사자로서 동료들에게 많은 배려를 받았고, 1년간 기부물품 관리, 계산, 고객 응대 등 다양한 업무를 지원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귀국 전까지 런던 윔블던 빌리지에 위치한 옥스팜 채리티숍에서 부매니저로 일했습니다. 매니저는 매출, 인력, 안전, 마케팅 등 여러 부분을 책임져야 했기에 자원봉사자 때와는 완전히 다른 입장이었죠.
제가 근무했던 매장은 런던의 부유한 지역에 있어 물품 판매가 많았던 곳 중 하나였습니다. 3명의 매니저와 4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늘 바쁘게 일했습니다. 매주 월요일에는 지난주의 매출과 기부액, 기부된 물품 등을 분석하여 매장 운영의 방향성을 결정했습니다. 매니저들은 매출, 행정, 봉사자 관리 등 공통 업무 외에도 각자의 경력에 따라 특화된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저는 온라인숍, SNS 채널, 캠페인 기부금, 공정무역 상품 등을 관리했습니다.
Q. 영국 채리티숍 활동이 후원자님께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학교에서는 영국의 자선 활동을 글로 배웠다면, 옥스팜 채리티숍에서는 글로 배운 지식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채리티숍은 단순히 중고 물품을 기부받고 판매하는 역할을 넘어, 영국인들의 생활 속에서 기부 문화를 삶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창구였습니다. 저도 채리티숍에서 일하는 동안 옥스팜의 가치에 점점 물들어 갔던 것 같습니다.
제가 영국으로 유학을 결심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인생의 제2막에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요.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자선 산업이 발달한 영국에서 대학원 공부를 하게 되었고, 대표적인 구호단체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현장 경험을 쌓은 것은 정말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옥스팜 채리티숍에서 발생한 판매 수익금은 저개발국가 현장을 지원하고, 현장에서 생산된 공정무역 상품이 영국으로 수입되어 판매되는 순환 구조를 이루어가는 모습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서 저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저금통을 들고 와서 생애 첫 기부를 한 소년, 수고한다며 쿠키를 선물해 준 신사 등 크고 작은 감동적인 순간들이 참 많았습니다.
Q. 영국 사람들의 기부에 대한 관심과 나눔을 실천하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된다고 보시나요?
영국인들에게 기부와 자선 활동은 삶의 일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숨을 쉬고 밥을 먹듯 일상에서 나눔을 이어갑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나눔은 선택이 아닌 삶의 당연한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죠. 영국인들은 기금모금 이벤트, 일반 기부, 유산 기부 등 전 생애 동안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러한 영국인들의 자선 활동에 대해 문화적으로 충격을 받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 지역 여성그룹이 주최한 작은 티타임에 함께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룹 멤버들은 참석자들에게 모임의 취지를 설명하고 소정의 금액을 모아 한 자선단체에 전달했습니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모금 활동을 보면서 영국인들에게 기부가 얼마나 일상적인 것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눔은 경험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난 80여 년간 옥스팜이 영국인들의 생활 속에서 나눔을 이끌었듯, 옥스팜 코리아도 한국인들의 나눔 문화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Q. 한국에서는 <WE ARE OXFAM>에 함께하며 소셜 미디어 활동가로 활약해 주셨는데요. 참여하게 된 계기와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영국에 있는 동안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분쟁과 재난, 그리고 다양한 구호단체의 활동 소식을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이후, 국제사회에서 인도적 지원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던 시기라 저도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옥스팜에서 ‘화장실’을 주제로 소셜 미디어 활동가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발견하고 궁금한 마음에 신청하게 되었는데요. 나이, 직업, 관심사는 모두 다르지만 함께한 활동가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독창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확산하며 화장실 문제의 중요성을 알렸습니다.
특히, 세계시민교육과 접목해 학생들과 화장실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국제개발 전공자가 방글라데시 난민캠프 현장에서 겪은 생생한 경험들은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고, 진단하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방대한 내용을 한 달 안에 다루기에는 다소 빠듯했지만, 운영진의 배려 덕분에 활동가들이 개성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우수 활동가로 선정된 연현정 후원자 ⓒ Oxfam in Korea
Q. 후원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옥스팜과 계속 함께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소셜미디어 활동가 발대식에서 옥스팜의 슬로건 “Power of People(사람을 위한 사람의 힘)”을 듣고 소름이 돋았는데요. 바로 지난 3년간 제가 옥스팜에서 활동했던 이유와도 같았기 때문입니다. 자원봉사자로 옥스팜 채리티숍에서 일하던 시절, 멀리 아시아에서 온 유학생을 따뜻하게 맞아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수십 년 경력의 자원봉사자들과 다른 동료들은 경험도 없는 매니저를 믿고 따라주었고,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옥스팜의 “사람을 위한 사람의 힘”을 깊게 느꼈습니다.
특히,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는데요. 어느 날 채리티숍을 방문한 중년의 여성이 우크라이나 배지가 달린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전쟁을 피해 아들이 있는 런던으로 이주한 우크라이나 피란민이었는데요. 위로의 말을 건네며 마음을 나누는 동안 서로를 안아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 여성은 일주일 후 채리티숍을 다시 방문해 자원봉사를 신청하셨고, 이후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시며 함께했습니다.
사람과 사람으로 연결되는 삶, 그리고 관계 속에서 싹트는 변화의 힘은 제가 한국에 돌아와서도 옥스패밀리(Oxfam+Family)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글_후원자서비스팀 이인표)